⚠️ 이 글에는 『아침 그리고 저녁』의 줄거리 및 전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참고해 주세요.
시끄럽고 분주한 이야기 대신 조용하고 느릿한 호흡의 글을 읽고 싶던 날,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책을 펼쳐 보았습니다.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욘 포세의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은 단순한 줄거리 이상의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어요. 이 글에 책의 도입부를 읽으며 받은 첫인상과 다 읽고 난 뒤 내 마음속에 오래 울림을 남긴 그 기억을 담아봅니다.

📖 첫 장을 넘기며: 낯설고 생소했던 문장들
《아침 그리고 저녁》을 처음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낯설게 다가온 건 문장 그 자체였습니다. 마침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들.
처음엔 글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각 속 흐름을 그냥 따라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문장을 읽는다기보다, 머릿속 말소리를 듣고 있는 느낌.
이 생소한 문체에 처음에는 살짝 적응이 필요했지만, 읽어갈수록 이 방식이야말로 욘 포세 소설의 정체성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 1장. 태어남의 순간을 따라가며
1장에서는 한 아이의 출산 과정을 다루고 있어요. 아버지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긴 호흡의 독백 같았고, 계속 문장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 묻어나는 기다림, 설렘, 걱정 같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졌죠.
막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그 환희,
그리고 막 출산을 마친 엄마가 몸은 무겁고 힘겹지만 천천히 평온을 되찾는 모습은 짧은 분량의 글 안에서도 깊은 감정선을 전달했어요.
이 장면은 단순한 출산의 묘사가 아니라, 삶이 시작되는 가장 근원적인 장면으로 읽혀졌습니다.
👴 2장. 낯선 전환: 삶을 건너뛴 죽음의 시간
2장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혼란스러웠어요.
요한네스는 누구지? 올라이의 아버지인가? 아니면 아들인가?
곧 깨달았죠. 1장에서 막 태어났던 아이가 바로 이 노인이란 걸.
삶의 대부분을 건너뛴 전개, 그 자체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파격적인 시점 전환은 삶과 죽음이라는 양 끝을 한 번에 마주하게 만들었어요.
죽음을 다루는 문학은 많지만, 이렇게 느린 문장 스타일과 함께 조용히 죽음을 묘사한 소설은 흔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익숙한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이고, 몸이 유난히 가벼워진다는 표현에서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점점 알아채게 되었어요.
🌫 죽음을 다룬 북유럽 문학의 방식
욘 포세 소설 특유의 분위기는 북유럽 문학에서 느껴지는 차분하고 담담한 결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죽음을 대하는 방식도 무겁거나 감정적으로 쏟아내지 않아요.
대신 ‘마지막 날, 나는 어떤 풍경을 보고, 누구를 떠올릴까’ 하는 조용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 스스로 사유하게 만드는 느낌입니다.
막상 죽음이 찾아온다면, 나는 어떤 하루를 떠올리고 싶을까. 누구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듣고 싶을까. 읽는 동안 그런 상상을 해 봤어요.
🪞읽고 난 뒤, 내 삶을 비춰보다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이 소설은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의 탄생과 죽음, 두 순간을 통해 삶 전체를 압축해 보여주는 서사는 짧지만 강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의 흐름과 끝에 대해 차분히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습니다.
문장이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낯섦조차 작품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욘 포세 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 마무리하며
《아침 그리고 저녁 리뷰》를 쓰며 다시 한번 느낀 건, 삶은 결국 아주 짧은 순간들의 연속이라는 것.
그 순간들이 때론 평범하고, 때론 찬란하며, 어떤 날은 조용히 스러진다는 것.
이 책은 그런 날들을 붙잡고 잠시 바라보게 만들어요.
북유럽 문학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과, 삶과 죽음에 대한 진중한 성찰을 경험하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랍니다.